“왕이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무엇을 보았느냐 하니 여인이 사울에게 이르되 내가 영이 땅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나이다 하는지라 14사울이 그에게 이르되 그의 모양이 어떠하냐 하니 그가 이르되 한 노인이 올라오는데 그가 겉옷을 입었나이다 하더라 사울이 그가 사무엘인 줄 알고 그의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니라” (28:13,14)

삼상 28장에는 조금 이상한 내용이 나옵니다. 사울이 엔돌의 신접한 여인에게 찾아가서 죽은 사무엘을 불러올려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이미 죽은 사무엘이 나타나서 왜 나를 불러올려 성가시게 하냐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신접한 여인은 기도나 주문을 통해 자신에게 신이 내리게 한 뒤 인간과 귀신의 의사소통을 하도록 중간 역할을 하는 영매(psychic)를 말합니다. 한국 문화의 무당이나 신내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무속의 세계에서 말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온다는 내용이 과연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비성경적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지상 세계와는 교통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예수님도 눅16장의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에서 말씀하십니다. 그들 사이에는 큰 구렁(great chasm)이 있어서 아무도 건너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문에 나오는 엔돌의 신접한 여인이 불러서 나타난 사무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는 사무엘의 영이 아니라 그의 모습을 가장한 사단이나 귀신 혹은 그와 같은 속임수라는 해석입니다. 그럼 귀신이나 사단이 어떻게 하나님의 심판을 전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됩니다만 이에 대한 칼빈의 해석은 거짓 선지자 발람의 예를 듭니다. 하나님은 발람을 통해서도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게 하신 것처럼 사무엘의 모습을 가장한 사단이나 귀신을 통해서도 심판 메시지를 전하도록 역사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울이 왜 신접한 여인을 찾아갔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울은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사무엘의 죽음으로 국가적으로는 영적인 지도력의 공백 상태와 마찬가지인 그때에 외부에서 적이 침략을 해오니까 사울이 그 압박감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엔돌의 신접한 여인을 찾아간 것입니다. 절망에 처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붙잡으려고 합니다. 뉴스를 보면 마지막에 몰린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도박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마저 뜻대로 안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은 신접한 여인을 찾는 사울의 모습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한 불쌍한 지도자가 마치 지푸라기라도 붙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하나님의 도움을 얻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무엘이 살아있을 때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자신이 급하니까 그제서야 그를 허둥지둥 찾는 그 모습이지 않습니까? 단지 그때를 모면하기 위해서, 내가 필요한 것만 어떻게든 얻으려는 그 모습이 얼마나 불쌍한 모습입니까? 그러면서 오늘 우리의 신앙 생활을 돌아보게 됩니다.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는 사울왕의 그 영적인 가련함은 나에게는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평상시에 인격적인 교제와 관계안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때로는 내가 다급하니까, 그때를 모면하기 위해서 그제서야 허둥지둥 찾으며 살지는 않는가? 조용히 내 모습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도 사울왕의 영적인 가난함과 조급함이 아닌 인격적인 교제와 관계안에서 행하게 하소서.